“우리나라 여성 교육이 100년을 맞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이 늘어남에 따라 이 시점에서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한 아내의 인간으로서의 자각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의식되고 있다고 믿는다“ (오증자, 역자의 말) “지금까지는 대체로 남자의 문제를 통해서 인간의 문제를 추구해왔다면 이번 무대는 여자의 문제를 통해서 인간의 문제에 접근해가는 것이고, 지금까지의 무대가 큰 목소리로 큰 문제를 다뤄온 것이라면 이번 문제는 일상의 언어로 큰 문제에 이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지요“ (구히서, 한국일보, 1986.3.30.)
여성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소극장 산울림의 정신이라면,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연극들은 이곳의 감성이었습니다. 오늘날의 활발한 여성 서사가 있기 이전에, 소극장 산울림은 일찍이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내’와‘어머니’ 또는 ‘딸’로 규정되던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아를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여성들의 실존적 고민을 보여준 산울림의 여성 연극은, 그동안 소외되었던 여성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일종의 사회적 현상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박정자, 손숙, 윤석화와 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객석의 많은 아내와 엄마와 딸들이 공감하며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