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20세기의 고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연극으로 만나다.문학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일종의 화두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작가가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던진 치열한 문제의식, 읽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빛나는 문장들, 그리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직면하게 되는 그 낯선 세상과 존재에 대한 질문들은, <이방인>을 소위 현대의 고전으로 여전히 살아있게 만듭니다. 연극 <이방인>의 기획 의도는, 파편화된 개체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번 존재와 삶에 대한 본질적 성찰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또한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연극화한 무대를 통해 원작이 담고 있는 강렬한 이미지들과 개성 있는 인물들, 그리고 극적인 사건들을 시청각적-공간적으로 재현하여 <이방인>의 동시대성과 연극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17년에 초연되었고 2018년에 재공연된 산울림의 <이방인>은, 원작이 지닌 힘을 효과적으로 재현해낸 무대,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뫼르소 역의 전박찬 배우는 <이방인>으로 2017년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방인>은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고도를 기다리며>와 여성 연극들을 이어가는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완성된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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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방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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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방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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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방인 사진
“각색과 연출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소설 <이방인>이 지닌 색깔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뮈의 독창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뫼르소의 독백들을 충실히 살려야만 했고, 또 한편으로는 작품이 지닌 내면의 연극성을 찾아내서 낭독이 아닌 연극으로서의<이방인>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한마디로 독백과 대화, 이야기와 행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고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작이 담고 있는 강렬한 이미지들과 개성 있는 인물들, 그리고 극적인 사건들이 시청각적-공간적으로 재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무대 언어들을 시도해보고자 했습니다.” (임수현, 연출의 글) “원작이 가진 치열한 문제의식과 냉철한 문체, 그 극단의 온도차가 고스란히 무대 위에 구현된다. 화려한 장치도 귀를 현혹하는 미사여구도 없다. 넘쳐나는 감정 표현도 없다. 하지만 달변이라고도 할 수 없는 독백의 힘은 강했다. 읊는 목소리가 담담하면서도 선명하고 단호하면서도 모호한, 대사의 결마다 호흡과 감정을 채울 줄 아는 배우 전박찬의 것이어서 독백은 더욱 힘을 발휘한다”(허미선, 브릿지경제, 2017.9.6.) “전박찬의 뫼르소는 자신의 정확한 감정을 찾으려는, 그 이상의 과도한 표현을 절제하려는 인간이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부재할지라도,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끝까지 스스로에게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인간. 객석 한두 군데서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 나온 건, 정확하게 살아가고픈, 정확하게 사랑받고픈 이들의 신음이 아니었을까” (김일송, 한겨레, 2017.9.25.) “연극 <이방인>은 엄청난 대사량을 자랑한다. 어느 연극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이 엄청난 양과 세밀한 감정의 대사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무대에서 쏟아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물론 산울림이라는 극단의 저력을 생각한다면 이런 치밀한 무대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미묘하고 분석적으로 연결돼 있는 극을 따라가다 보면 새삼스럽지만 배우들의 한 마디 한 마디 속에 숨어 있는 강렬한 연극적 자아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빙의 된 듯 각자 역할의 끈을 놓치지 않는 배우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배우들의 치열함에 격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홍승범, 위드인뉴스, 2018.8.29.) “번역, 각색도 함께한 연출가 임수현이 그리는 뫼르소는 본능에만 충실한 돌출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연극은 법률과 관습의 지배를 받는 현대인에게 판타지로 일탈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감정의 기회를 준다. 연극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솔직한 속마음을 읊는 독백은 전체 공연 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다. 대사를 외우는 것만도 여간 힘들지 않았을 텐데 뫼르소의 고뇌와 갈등이 느껴지는 전박찬의 독백 연기는 소설과는 다른 감동을 던진다. 뫼르소의 독백에서 관객은 꼭꼭 숨겨두고 혼자 생각했던 속마음을 발견한다” (황승경, 주간동아, 2018.9.4.)
<이방인> 명 장면, 명 대사
“모든 것이 흔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마치 온 하늘이 활짝 열려 불같은 비를 쏟아붓는 것 같았다. 나는 온몸이 긴장되어 손으로 권총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건조하고 요란한 소음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털어냈다. 그리고 내가 한낮의 균형과 행복했던 해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 위로 다시 네 발을 쐈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소리와도 같았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여전히 옳고, 항상 옳을 거야. 난 이런 식으로 살았지만,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겠지 난 이건 했고 저건 하지 않았어. 어떤 일들은 하지 않았지만 또 어떤 일들은 했어. 그래서 뭐?”
“마치 좀 전의 커다란 분노가 내 고통을 정화시켜주고 희망을 비워내 주기라도 한 것처럼, 온갖 신호들과 별들로 가득 찬 이 밤에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그 세상이 나와 너무도 닮아서 꼭 형제 같다고 느끼며, 나는 내가 행복했었고 또 여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모든 게 다 소진되고 또 내가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내게 남은 바람은 내 사형집행일에 구경꾼들이 많이 와서 분노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공연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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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방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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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방인 포스터